[카드사태후 10년(上)] 성숙기 접어든 카드업

업계 적자 10조·신용불량자 300만…사회문제 대두
'카드대란' 극복했지만 수익성 개선 급선무

지난 2003년 ''카드대란''이 발생한지 어언 10여 년이 흘렀다. 당시 카드사간 과당경쟁으로 ''묻지마''식 카드발급이 만연했고 ''신용'' 개념이 희박한 금융소비자들은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로 개인부실을 키웠다.

신용불량자의 수는 300만명을 넘어섰고, 대형 카드사들은 연이어 스러졌다. 부실 카드사 매각과 모(母)은행 합병 등의 뒷수습과 정부의 후속조치 등이 이어지며 카드 시장은 시련을 딛고 어느덧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 ''카드대란'' 적자규모 10조

카드업계의 존립이 위협받던  2003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카드대출에 치중했고, 묻지마식 카드 발급과 과도한 채권추심으로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 대학생이 수 천만원의 카드 빚을 지고 업계 1위 카드사가 팔린 때도 이 시기다.

당시 8개 전업카드사는 10조 474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1년 전 4964억원의 당기순이익 대비 무려 11조원이나 악화한 수치다. LG카드가 5조 5988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외환, 우리, 삼성카드가 각각 1조 4304억원, 1조 3206억원, 1조 2988억원 등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8개사의 대손상각비는 13조 6217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 20조 7078억원의 65.8%나 됐다.

2003년말 기준 연체율은 평균 14.05%을 기록하며 1년 전(5.96%)대비 악화됐다. 서민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나빠지면서 장기 악성채무가 늘고 현금서비스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른 다중채무자들이 연체로 유입된 결과다. 전년 대비 총채권이 3분의 1 가량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517조 3000억원으로 전년(680조 8000억원) 대비 24% 줄었다. 신용판매(240조 7000억원)보다 카드대출(276조 6000억원)의 비중이 더 컸다. 카드대출의 비중은 1년 전 60.6%에서 53.4%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의 절반을 넘는 기형적 구조를 유지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카드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손봤다. 과도한 외형 성장을 막기 위한 레버리지규제를 비롯해 카드 신규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바꾼 게 그 예다.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의 충당금 최소적립률을 높이고 무분별한 카드 모집을 막기 위해 ''카파라치제도''를 도입, 확대 시행 중이다.

◆ 성숙기 진입했지만… 성장세는 ''뚝''

한바탕 홍역을 치른 국내 카드업은 10여 년 간 체질 개선을 통해 성숙기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설 우리카드를 합한 8개 전업카드사의 총채권 연체율은 1.82%을 기록하는 등 건전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카드 자산이 81조원 규모로 확대된 가운데 신용대출과 카드대출은 각각 53조 2000억원, 27조 8000억원으로 신용대출 비중이 전체의 65.4%다. 10여 년 전 카드대출이 60%을 넘었던 것과 정반대다.

다만 성장 탄력은 둔화된 모습이다. 자산 소비가 침체되며 1년 전 대비 카드구매실적 증가율은 3.9%에 그치며 1년 전 7.7%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카드사의 ROA는 지난 2010년 5.45%를 기록하며 단기 고점을 기록, 이듬해 2.08%로 떨어진 이래 줄곧 1%대에 머물러 있다. 작년 7개 전업카드사(우리카드 제외)의 당기순익은 1조 6597억원으로 전년(1조 3056억원) 대비 3541억원(27.1%)늘었지만 ROA는 1.2%에 그쳤다. 업계의 수익성 회복이 절설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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