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강행!

김종준·김한조 행장, '통합을 위한 선언문' 발표…일단 노조 설득은 계속키로
외환銀 노조 "'대화' 운운은 결국 거짓말…끝까지 투쟁할 것"

결국 올 것이 왔다.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 노조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은행 조기통합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이에 격하게 반발,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혀 사태는 점점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두 은행의 미래 위해 조기통합 필수적”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19일 양 은행장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 통합을 공식적인 절차를 진행할 것을 선언했다.

양행은 선언문에서 “현재 조직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하여 양행의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빠른 통합이 불가피하다”며 “조기통합을 통해 국내 최고은행으로 도약하는 시기를 좀 더 앞당기고 그 과실은 직원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영업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보니 차츰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노조도 진정으로 직원들을 위한다면, 하루빨리 통합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통합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는 우선 다음 주중으로 양행이 이사회를 개최해 통합 결의 및 통합계약서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어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양행 통합 승인 주주총회 개최 등으로 진행된다. 실질적인 통합 은행 출범은 내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행은 외환은행 노조가 여전히 격하게 반대하고 있음에도 통합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 등 은행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통합 논의의 진척 없이 더 이상 시간만 지체하다가는 조직 내 혼란만 야기시킬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외환은행 측은 조기통합과 관련해 여러 차례 노조와 협의를 시도했다. 지난달 7일 이후 11차례의 공문을 전달했으며, 지난 5일에는 김한조 행장이 직접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2.17 노사정 합의’를 깨는 조기통합 시도는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논의 자체를 원천 거부했다.

양행은 “마냥 노조의 대응만을 기다리다가 조기통합의 기회를 놓친다면,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조직과 영업환경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등 비효율만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통합 선언문 발표는 특히 외환은행 직원들의 지지에서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환은행의 모든 본점 부서장들은 지난 5일 행내 인트라넷을 통해 ‘조기통합 지지’를 선언했으며, 7일부터 12일까지 모든 지점장들도 조기통합을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시장에서도 통합의 효과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송기석 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리포트에서 “두 은행의 통합에 의한 비용효율화로 하나금융그룹의 수익성이 대폭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행의 조기통합 추진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시각이 대세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2.17 노사정 합의’가 있는 이상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을 결사반대하리란 것 정도는 사측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의 ‘강행돌파’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시사할 때부터 이미 미래의 통합 추진 계획 틀이 잡혀있었던 것 같다”며 “아직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들 간 ‘감성통합’이 이루어져 있지 않지만, 그 부분은 일단 법적인 통합 후 진행하려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노조, “거짓말만 하는 사측 믿을 수 없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사측의 ‘통합 선언문’ 발표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사측의 통합 강행은 결국 ‘대화’니 ‘협의요구’니 운운했던 것들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은행 내부에 합병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처럼 여론을 조작해 직원과 노조 사이를 분열시키려 한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사측은 노조에 통합의 조건으로 ‘고용 안정’, ‘인사상 불이익 없음’ 등을 약속했지만, 노조는 이것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국민 앞에 공표한 ‘노사정 합의서’마저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사측이 내미는 약속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조는 “결코 타협이란 없으며, 끝까지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사측은 노조와의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설령 합의가 이루어지 않더라도 통합 강행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법적으로는 노조와의 협의 없이도 통합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끝까지 노조와 대립할 경우 노사협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케이스가 되므로 문제가 복잡해진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미 “금융노조와 연대해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혀 노사협약을 깨뜨리는 행위는 금융노조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3일의 금융권 총파업에서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추진 반대”도 의제의 하나로 올라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