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회복세 뚜렷

AP·파운드리 재도약…'갤럭시노트4' 자체 AP 탑재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데다, 수세에 몰렸던 파운드리(수탁생산)에서도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앞세워 대만 TSMC에 빼앗겼던 물량을 되찾아오는 모습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9월 선보일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자체 AP ''엑시노스 5433''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AP는 64비트 기반에 고성능 빅코어 4개와 저전력 리틀코어 4개를 자유자재로 구동할 수 있는 옥타코어 멀티프로세싱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리고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64비트 AP는 데이터 처리단위가 64비트로 현재 보편화된 32비트 AP의 2배여서 데이터 처리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4GB(기가바이트) 이상의 고용량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5S부터 64비트 AP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모바일AP는 모바일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로 PC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차세대 AP로 야심차게 내놓은 ''엑시노스5 옥타''가 불완전한 성능과 첨단 통신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트(LTE-A) 지원 문제로 인해 자사의 주력 스마트폰에서도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로 인해 2010년 ''갤럭시S''부터 자체 칩을 사용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던 삼성전자의 모바일AP 사업은 곤경에 처했다.

2012년까지 두자릿수를 유지하던 삼성전자의 모바일AP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8.0%로 낮아졌고 올 1분기는 5.6%까지 추락했다. 반면 퀄컴의 점유율은 지난해 52.4%에서 53.4%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AP 성능을 보강하는 한편 그동안 퀄컴에 의존해온 통신칩 개발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통신칩을 결합하지 않는 AP 단일칩만을 고수해온 기존 전략을 버리고 통합칩 개발에도 나섰다.

그 결과 올 하반기부터 다시 주력 스마트폰에 자체 AP를 탑재함으로써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또 통합칩인 ''엑시노스 모드AP''와 LTE-A를 지원하는 통신칩 ''엑시노스 모뎀300''을 개발해 중저가폰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파운드리 부문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년 후발주자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때 상승가도를 달리던 파운드리 사업은 최대 고객인 애플과 불화를 겪으면서 성장이 둔화됐다.

애플은 2012년 스마트폰 특허 분쟁을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겨온 모바일AP 물량을 대만의 TSMC로 돌리기 시작했다.

2012년 아이폰5에 탑재된 AP인 ''A6''까지는 삼성전자가 독점 공급했으나, 지난해 아이폰5S의 ''A7''은 일부를 TSMC가 맡았고 올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6의 ''A8''은 상당량을 TSMC가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TSMC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을 지난해 46.3%로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강화했으나, 삼성전자는 9.2%로 정체를 보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TSMC보다 한발 먼저 ''14나노 핀펫'' 기술을 개발해 지난 4월 미국 경쟁사인 글로발파운드리와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핀펫(fin-fet)은 소비전력을 줄이고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소자를 3차원 입체 구조로 만드는 기술로, 소자의 게이트 모양이 물고기 지느러미와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적중했다. 애플은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에 탑재할 차세대 AP인 ''A9''의 공급자로 TSMC 대신 삼성전자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TSMC에 빼앗겼던 파운드리 물량을 되찾아오는 셈이다.

아울러 TSMC의 최대 고객인 퀄컴도 최근 차세대 AP 생산 계약을 삼성전자와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을 사로잡은 것 역시 ''14나노 핀펫''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모바일 AP와 함께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그동안 발목이 잡혔던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적 악화 우려를 낳는 스마트폰을 대신해 반도체가 과거처럼 삼성전자의 성장에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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