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 하나·외환은행, 실적 좋은데도 조기통합 서두르는 이유는?

드러난 것만큼 좋지는 않다…1회성 요인?
“할 일 ‘첩첩산중’…지금부터 발동 걸어야”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산하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면서 그 이유로 ‘심각한 위기상황’을 들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지금 은행권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외환은행의 경영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함을 여러 번 강조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직원들에게 비슷한 뜻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우공 하나지주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이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모두 순이자마진(NIM)이 급감하는 등 구조적 이익이 크게 훼손됐다”며 “외환은행의 판관비가 너무 높은 것도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두 은행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우 좋게 나와 ‘위기상황’이란 표어 자체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 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진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56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61.6%나 급증했다.

외환은행 역시 상반기에 3195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 전년동기에 비해 63.4%나 뛰었다.

연일 대기업 부실이 터지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이다. 하나지주의 올해 연결 당기순익 역시 최소 1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과 두 은행장이 거듭 강조한 ‘위기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미 이사회 결의까지 끝내는 등 하나지주가 굳은 결의를 가지고 양 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두 은행의 경영 상태가 겉으로 나타난 수치만큼 좋지는 않다는 시각이 있다.

“투자이익이나 환율 효과 등 1회성 요인이 포함돼 있어 꾸준한 수익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 유력한 해석으로는 “지금 발동을 걸어야 그나마 매끄러운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이미 늦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사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금 통합을 위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다”며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지난 2년을 허송세월한 것처럼 그냥 시간만 흐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은행 통합의 사례를 보면 법인 통합 전에 먼저 인수 은행과 피인수 은행의 직원들을 서로 순환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적 교류를 늘리고, 공감대를 확장하는 작업을 선행해 매끄러운 통합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세칭 ‘감성통합’이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경우는 전산(IT)부터 빠르게 합쳐서 시스템의 이질적인 부분을 없애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우는 아직까지 직원 순환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IT도 통합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2년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맺은 ‘2.17 노사정 합의서’ 때문이다. 합의서에는 양 은행과 지주사와의 인적 교류만 허용하되 은행 간 인적 교류는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김승유 전 하나지주 회장이 많은 걸 양보한 것은 사실”이라며 “때문에 합의서를 너무 신성시하면, 통합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고려했는지 최근 하나지주도 ‘감성통합’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다. 두 은행 직원들에게 비전엠블렘 착용을 권유하고, 비전캠프, 비전스쿨 등의 행사를 연달아 개최하는 등 서로 마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반대가 심한 등 아직까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하기는 힘든 상태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조기통합 이론’은 결국 “일단 큰 틀에서 두 은행을 합친 뒤 IT통합이나 ‘하나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정신 주입 등 세세한 부분은 나중에 정리하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은행 통합을 위해서는 양 은행 지분 정리, IT 통합, 고객정보 정리, 임직원간 협력, 회사 문화 공유, 양 은행 연봉구조 통일 등등 해야 할 일이 ‘첩첩산중’이다. 이미 2년의 시간이 흘렀으며, 노조의 반발은 격한 상태에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려다가는 도리어 시간만 잡아먹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 뱅크’라는 비효율적인 체재를 오래 유지할수록 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법적인 통합부터 빨리 시행해 버리고, 이를 통해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편이 유리하다고 지주사 측에서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나지주는 올해 우선 카드 통합부터 완료한 뒤 내년에 본격적인 은행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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