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스포츠마케팅②] 은행권 희비쌍곡선

하나은행, 월드컵 부진에 '울상'
동계올림픽 부진했지만 KB금융 남몰래 '웃음'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특히 은행권은 올해 들어 희비가 엇갈리는 수준이다.

월드컵 대표팀의 부진으로 하나은행은 표정이 좋지 못한 반면 동계올림픽에서 성적이 좋은 여자선수들을 집중 후원했던 KB금융그룹은 희색이 만면한 모습이다.

◆월드컵 부진…은행도 괴롭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대를 모았던 ‘홍명보 사단’은 그러나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H조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1승 제물’로 꼽았던 알제리에게 ‘2:4’로 참패하는 바람에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국가대표의 부진은 “결국 이겨야 홍보효과를 보는” 후원사들에게도 갑갑한 일이다.

대한축구협회(KFA)와 축구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는 하나은행은 이번 월드컵에서 ‘코리아 하우스’까지 만드는 등 성심성의껏 후원했지만, 성과는 한숨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대치를 훨씬 하회하는 국가대표팀의 성적 탓에 하나은행뿐 아니라 하이트진로, 서울우유, 코카콜라 등의 후원사들이 모두 울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월드컵 경제효과가 워낙 미진한 탓에 여러 경제연구원들이 이를 분석한 자료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월드컵뿐 아니라 A매치 등 축협과 축구 국가대표 등을 통해 여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며 "때문에 월드컵 한 대회 부진의 영향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축구 마케팅으로 상당한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속이 편치 않다. 국내은행들은 다들 국내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 팀들을 후원하고 있는데, 국가대표팀의 부진은 곧 프로리그의 인기 하락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스포츠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포츠는 다소 특이한 토양이라 ‘내셔널리즘’을 먹고 자란다”며 “따라서 국가대표의 선전은 프로리그의 인기 상승을 불러오지만, 반대의 경우는 인기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홀로 웃는 KB금융

올해 초 개최된 ‘소치 동계올림픽’ 역시 한국 국가대표팀이 부진했지만, 후원사들 중 KB금융만은 남몰래 薦습?짓고 있다.

비록 대표팀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KB금융이 집중 후원한 여자선수들, 특히 김연아, 이상화, 심석희 선수 등이 좋은 성적을 거둔 덕이다.

‘빙속여제’ 이상화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지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심석희 선수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여자 1000m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는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판정 시비가 일면서 ‘진정한 금메달’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 KB금융이 후원한 여자 컬링 대표팀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선전 덕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KB금융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여자선수들의 활약 덕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직원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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