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에 개인정보 도용… 막 나가는 설계사들

해당 설계사, 고객 동의 없이 맘대로 실효 및 해지
고객 주소·전화번호 변경하기도
전문가 "악질 설계사, 처벌 기준 강화 필요"

#1. A씨는 학창시절 동창인 보험설계사 B씨의 권유로  2005년부터 자신과 남편, 친정어머니, 자녀의 보험을 가입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자신이 든 보험에 이상한 점이 있음을 느낀 A씨는 해당 보험사에 물어보니 들어 놓은 대부분의 보험이 실효 및 해지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B씨가 2005년에 든 두 개의 보험을 2년가량 유지하다가 2007년경 보험을 고객의 허락없이 실효시켜 약 1년간 A씨가 내고 있던 보험료를 횡령한 것이다. B씨는 이후 2008년경 결혼한 A씨에 좀 더 저렴한 부부 통합형 보험으로 갈아타게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임의로 실효시켜 고객의 돈을 1년 반 가량 횡령해 오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B씨가 A씨를 속여 챙긴 돈은 총 1000만원에 이르러 애초 보험을 해지하거나 중간에 실효한 적 없는 A씨는 이 사실에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더욱이 B씨가 보험계약자인 A씨의 동의없이 개인 정보를 도용해 보험을 실효 및 해지해왔다. B씨는 A씨의 전화번호를 변경해 고객인 것처럼 보험을 실효 및 해지하고 A씨의 주소를 변경해 보험이 실효된 사실을 알리는 우편물도 못 받게 했다. 심지어 B씨는 맘대로 청약서에 사인을 가짜로 하는가 하면, 고객 이름 기입란에 임의로 도장을 찍기도 했다.

#2. 22일 대구의 한 보험대리점에서 계약수당만 받아 챙긴 보험설계사 정모씨(50) 등 5명이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 5명은 지난해 2월부터 대구시 중구 신생보험사 대리점에 취업한 뒤 같은 해 9월까지 지인과 가족 명의로 종신 보험 등 33개 보험에 허위로 가입시킨 후, 초기 보험료를 대납한 뒤 대리점으로부터 계약수당 등 89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3. 지난해 12월 한 손보사 부산 송도지점 소속 설계사 C씨가 고객에게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환급금 660만원을 자신에게 맡기면 1년 뒤 800만원으로 불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작년 9월 계좌로 돈을 입금 받고 나서 잠적했다는 민원이 금감원에 접수되기도 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설계사가 고객의 보험료를 횡령하고, 개인 정보를 도용하는 행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횡령 및 명의도용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지만 최근 지방 지점의 한 설계사가 고객의 보험료를 횡령하고 개인정보 도용까지 하는 등 행위를 저지른 것은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피해자 A씨는 "개인 정보가 민감한 시대에 설계사가 도용한 정보가 어떻게 입력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측은 이와 관련, "해당 설계사는 이 달에 해촉될 예정이며, 악의가 있는 설계사가 마음먹고 하면 적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횡령 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보험사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가지고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는데, 실행의 문제에 있어서 설계사가 작정을 하면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일반적인 범죄처럼 봐야 하는데 처벌기준을 강화한다든지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설계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보험가입자들도 꼼꼼하게 자신의 보험 유지내역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은미 기자 hemke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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