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구조조정 관련 비용 2000억…"예상보다 많네"

노조와의 갈등에 시간외 수당 5배 급증 등 비용 지출 많아
'2013년 임단협'…임금 2.8% 인상·보로금 100% 지급

한국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이 이번 점포폐쇄 및 희망퇴직과 관련해 당초 계획을 훌쩍 뛰어넘는, 약 2000억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는 등 때문에 계획 이상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때문에 본점 건물 매각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설도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올해 56개의 지점을 통합하고, 약 700명의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면서 당초 계획을 훌쩍 뛰어넘는, 약 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했다고 한다.

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격하게 반발하면서 단계적 투쟁에 돌입하는 바람에 비용을 꽤 많이 썼다.

노조가 직원들에게 시간외 수당을 적극 신청하도록 권유하면서 본래 월 1억원 수준이던 시간외 수당 지출이 월 5억원으로 5배나 뛰었으며, 회의 불참 등으로 입은 타격도 컸다.

‘점포폐쇄가금지 가처분’, ‘희망퇴직금지 가처분’ 등 노조가 제기한 법률투쟁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돈을 써야 했으며, 이 때문에 퇴직 위로금 지출도 급증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씨티은행은 법정에서 점포폐쇄와 희망퇴직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했다”며 “이를 위해 퇴직 위로금도 기존 은행권 관행인 24~36개월분보다 훨씬 많은 36~60개월분을 제시하는 등 충분한 수의 자원자들을 모집하려고 애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이 구조조정하고 싶지 않았던 직원들도 60개월분의 퇴직금을 받으려고 대거 지원하는 바람에 중간에서 상당수 사표가 반려됐다”는 후일담도 있다.

아울러 노조와 ‘2013년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올해 직원 임금을 2.8% 인상하고, 100%의 특별 보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비용의 총합이 거의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적어도 올해는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의 편익을 전혀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소 비용이 늘어난 부분은 있지만, 당초 계획에 잡았던 범주 안쪽"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씨티은행이 지출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본점 건물 매각을 서두를 것이라는 설도 있다.

씨티은행이 서울 중구 다동의 본점 건물을 매각한 뒤 본점?있는 부서와 신문로 흥국빌딩에 있는 소비자금융그룹을 통합해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로 이전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는 당초부터 있었다.

본점 건물 매각가는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돼 구조조정 관련 비용 충당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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