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20년 만에 첫 신용등급 강등…'AAA' 상실

자금조달 비용 높아져 재무부담 커질 듯

포스코가 자랑하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독자기술인 파이넥스(FINEX)공법이 적용된 파이넥스 공장 전경.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 신용등급인 ‘AAA’ 지위를 상실하고 1단계 강등됐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포스코에 이어 KT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회사,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국기업평가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한기평은 포스코에 대한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1단계 하향조정한 이유로 “세계 철강업황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원재료 확보 관련 지분투자와 해외 일관제철소의 투자, 공장 증설 등으로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지난 1994년 ‘AAA’ 등급을 받은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포스코 신용등급 전망을 나란히 ‘부정적’으로 낮췄다. 다만 이들 두 신용평가사는 한기평이 등급 자체를 내린 것과는 달리 포스코의 무보증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는 대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하지만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여서 포스코의 재무상황이 지금보다 개선되지 않을 경우 등급 하락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이로써 포스코는 한기평·한신평·나이스신평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에서 하향 조정을 받았다.

한신평은 “국내 시장에서 포스코의 독점적 시장 지위?약화된 가운데 철강 경기 침체 장기화로 향후에도 수익성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고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확대됐으나 투자효과 창출이 지연돼 재무안정성 회복이 불확실한 점을 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평도 “계열 확대 및 설비투자 과정에서 차입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최근 수년간 철강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 등 시장의 불리한 환경 변화 지속, 전방 산업의 업황 개선 지연, 독보적 수준이었던 경쟁 지위의 약화 등으로 수익성과 현금 창출능력이 둔화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지적했다.

◆ 포스코 자회사에 대한 등급 강등 가능성도 커져

채권시장에서는 장차 포스코는 물론 포스코 자회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등급 강등으로 금융기관과 공기업을 제외하고 회사채 AAA등급 기업은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 KT 등 3곳으로 줄어들었는데, KT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락해 조만간 ‘AAA’ 등급을 상실할 공산이 있다.

게다가 포스코의 강등으로 기존 ‘AA+’ 등급을 유지해온 기업들이 1단계 강등당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연쇄적인 신용등급 변경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회사채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기 NH농협증권 연구원도 “KT의 등급전망 하향과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신평사들의 엄격한 잣대가 확인됨에 따라 오는 11∼12월에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채 등의 발행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재무구조에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채권시장에서 비우량 등급의 회사채는 외면을 받고 우량 회사채에만 투자가 몰리는 ‘회사채 시장 양극화 현상’이 계속돼 왔으나, 앞으로는 우량 등급 내에서도 차별화가 진행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우량 등급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우량 발행물의 금리가 낮게 결정되는 분위기가 약해지고 업체별 투자심리가 차별화될 것”이라며 “특히 국내와 국외 신용등급의 괴리가 큰 기업은 등급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 ‘新경영전략’ 이행여부…추가강등 고비될 듯

포스코는 지난달 ‘2014년~2016년 신(新)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외형성장 위주의 경영전략을 내실 위주의 전략으로 전환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최근 수년간 철강산업의 불리한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포스코의 경영전략에 대해서는 그간 성장 위주의 경영전략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흐름 및 재무안정성 측면의 제약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경영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포스코는 비핵심사업을 매각하고 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포스코는 투자계획을 재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보유지분과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포함하는 비부채성 자금조달의 확대, 신규 가동 해외법인의 조기 정상화 등을 통해 현금 창출능력과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나이스신평은 “이번 계획의 추진 추이와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신용등급 자체를 한 단계 내린 한기평에 비해 아직까지는 전망만 낮추고 등급은 그대로 두고 있는 나이스신평은 “올해 포스코의 경영전략 전환에 따라 추진 예정인 사업구조조정의 추이 및 성과, 사업구조조정 과정상 회사 및 계열사의 신인도 변화 여부, 해외 법인과 국내 계열사의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 변화와 이에 따른 회사의 수익성, 현금창출능력, 투자소요, 차입규모 변화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등급 결정에 반영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 재무상황 나빠진 포스코, 어쩌다가…

지난 2009년 크게 감소했던 포스코의 매출규모는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글로벌 철강경기 둔화로 다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과거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기업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왔으나, 2010년부터 업계의 생산능력 확대로 예전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다소 떨어졌다.

포항 3FINEX와 4선재(제강 200만톤·선재 70만톤), 광양 4열연(330만톤) 생산설비 증설을 진행해 향후에도 조강 점유율 50%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보적인 수준이었던 경쟁지위는 약화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글로벌 기준 6위의 조강생산실적을 나타내 과거 대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8년~2011년 중 설비투자 규모가 상당 폭 확대되고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3조4000억원이 지출된 것을 비롯해 차입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

최중기 나이스신평 기업평가본부 평가전문위원은 향후 포스코의 신용등급과 관련, “현재 철강시장의 공급과잉 구조, 철강가격 부진, 전방 수요산업 업황 저하의 지속 여부 및 국내외 경쟁 양상 변화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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