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혁명수비대, 韓서 돈세탁 의혹…1조원 은닉"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를 피해 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비밀 펀드를 운영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시중은행들은 확인된 바 없으며 가능성도 적다고 비밀 자금의 존재를 부인했다.

교도통신은 4일(현지시간)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에너지 기업 페트로시나 아리야(Petrosina Arya)가 한국의 한 대형 은행에 작년 3분기 기준 13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원화 예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페트로시나 아리야는 혁명수비대가 소유한 이란 최대 건설사 하탐 알-안비야의 위장 기업(front company)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하탐 알-안비야와 그 산하 석유·천연가스회사 세파니르가 유엔 제재대상에 오르자 세파니르의 이름을 감추고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 세웠다는 것이다.

페트로시나 아리야는 말레이시아와 옛 소련 연방 국가에도 예금이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이란이 미국과 유럽 금융 당국의 엄한 감시를 피해 자금을 아시아와 다른 국가로 옮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한 조직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고국가안보위원회의 지난해 4월 30일자 비밀 메모에는 하탐 알-안비야의 활동 실태를 숨기려고 이란 중앙은행 등에 계약서나 관련 계좌에서 명의를 바꾸도록 지시한 내용이 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사안이 혁명수비대의 돈세탁 사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세한 내용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시나 아리야를 제재대상으로 지정하는 것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 대변인은 교도통신에 "이란 정부가 국제 제재를 피하려고 위장 공작을 하는 데 대해 전부터 경고해왔다"면서 한국에서의 불투명한 거래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재무부는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에도 혁명수비대 위장 기업으로 보이는 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혀 들은 바 없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미국 재무부에서 조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이야기며, 관련 정보나 협조 요청 등을 받은 일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시중은행들은 의혹에서 언급하고 있는 계좌를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존재할 개연성도 적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란 중앙은행이 원유 수출 대금을 원화로 예치하는 계좌가 있긴 하지만 이번 의혹과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 원유 수출 대금 이외의 수상한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은 적으며, 우리가 모르게 1조3000억원 규모의 아예 다른 계좌가 존재하기 어렵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도 확인 결과 그 정도 규모의 이란 자금 계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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