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모바일뱅킹, 스마트뱅킹에 밀려 사라진다

은행권, IC칩뱅킹 속속 중단…활동고객 7만명 VM뱅킹은 명맥 유지

휴대전화에 칩을 넣거나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이용하는 '원조' 모바일뱅킹이 스마트뱅킹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6월 1일부터 집적회로(IC)칩 기반 모바일뱅킹인 M뱅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모바일뱅킹은 휴대전화 단말기에 은행이 발급한 칩을 넣어 쓰는 IC칩 기반과,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사용하는 VM뱅킹, 그리고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용하는 스마트뱅킹으로 나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칩 보급이 중단됐고,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 적용이 불가능해 M뱅크 서비스를 끝내게 됐다"며 "고객들에게는 보안이 더 강화된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을 이용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외환은행은 올해 3월부터 IC칩 기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VM 뱅킹은 대부분의 은행이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오래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줄이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2000년대 중후반 인기를 누린 IC칩과 VM 뱅킹은 이용 고객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말 IC칩·VM 뱅킹 등록 고객(동일인이 복수의 은행에서 가입한 경우 중복 합산)은 각각 443만4000명과 894만6000명 등 모두 1338만명으로 스마트뱅킹 등록 고객 1035만8000명보다 많았다.

이에 비해 2012년 말에는 IC칩과 VM 뱅킹 고객이 1312만5000명으로 소폭 줄어든 반면, 스마트뱅킹 고객은 2396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스마트뱅킹 고객은 3700만명을 돌파했다.

옛 모바일뱅킹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통신사들도 고객 감소를 이유로 지속적인 서비스에 부정적 입장이라는 점 역시 관련 서비스 중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용 고객이 적더라도 갑자기 모바일뱅킹을 쓸 수 없게 된 소수 고객들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IC칩 뱅킹을 시행 중인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활동고객 수가 100명 남짓이지만 고객들이 민원을 제기할 우려가 있어 서비스를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VM 뱅킹의 경우 IC칩 뱅킹보다 이용자가 많아 아직 서비스 중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 등 6개 은행 IC칩·VM뱅킹 고객 가운데 최근 6개월∼12개월 안에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한 활동고객은 6만7400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95% 이상이 VM 뱅킹 고객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2G나 3G폰을 쓰는 중장년층 가운데 VM 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어 이용자 수가 급감하지 않는 이상 서비스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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