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빙하기⑤] 카드업계, '최악의 시기'

최악 고객정보 유출 사고, 카드업 위상 '추락'
경기침체에 각종 규제…카드사 수익성 악화

신용카드 업계가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허술한 보안체계가 빚은 고객정보 유출사고의 여파는 단순히 '카드 3사'의 영업정지로 그치지 않고 카드업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카드사용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나빠지는 모양새다. 대출금리 인하에  카드 가맹점수수료도 줄었다. 카드업계는 보안 강화를 위한 IC(집적회로)단말기 교체 과정에서 1000억원 가량의 비용 부담을 요구받고 있다.

◆ 허술한 보안체계, 최악 정보유출 불러…카드업 위상 '흔들'

지난 1월 창원지검은 KB국민·농협·롯데카드에서 1만4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내놨다.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구축 업무를 맡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모씨가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카드사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이 문제였다. 고객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관리된 탓에 범인은 USB를 통해 카드사 고객정보를 손쉽게 빼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은 "3개 카드사 모두 전산개발 외주업체 직원의 PC와 USB 반출입을 허용했고, 가상 데이터가 아닌 고객정보를 암호 변환없이 제공했다. 외부반입 PC에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거나 해제를 승인해줬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IT분야의 투자에도 인색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금융회사별 IT보안 예산 및 집행 현황'을 보면, 지난 2012년 비씨·삼성·국민·신한·우리·하나SK·롯데·현대 등 8개 카드사가 책정한 정보보호 예산은 805억5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카드 업계가 실제 집행한 금액은 497억8600만원으로 책정액의 61.8%에 머물렀다. 역시나 이번 고객정보 사고가 일어난 KB국민카드(42%)와 롯데카드(56%)의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이 가장 낮았다. IT예산에서 차지하는 정보보호 부문 예산 비율도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가 가장 낮았다. 롯데카드의 정보보호 예산 비율은 7.1%로 꼴지를 기록했고 KB국민카드도 7.2%로 업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보안업체 비이소프트 표세진 대표는 "최근 들어 금융사에서 정보보호 부문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위 의사결정단계에서는 여전히 '보안은 비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이신형 전 농협카드 사장은 "우리(농협카드)도 피해자"라는 발언으로 피해 고객의 분노를 키웠다. 심재오 전 KB국민카드 사장은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보상'을 언급했지만 아무런 보상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카드업계를 향한 부정적 시선을 탈피하는 게 급선무라 진단했다.

◆ 카드업계, 수익성도 '악화일로'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각종 규제까지 겹치며 카드업계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도 경기 회복이 더딘 탓에 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이 높지 않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승인금액은 총 545조1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조2700억원 늘었다. 이는 1년새 4.7% 증가한 데 머문 것으로, 통계 산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新)가맹점수수료율 체계 도입으로 전체 카드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맹점수수료도 줄었다. 한신평은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감소효과를 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카드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도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카드사의 ROA는 지난 2010년 5.45%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2.08%로 떨어진 후 간신히 1%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사에 대한 대출금리 모범규준으로 대출수익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근 일어난 정보유출 사고를 계기로 비대면영업도 어려워졌다.

한편, 금융당국은 포스(POS)단말기의 IC단말기 전환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하라고 카드사에 주문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IC거래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최대 0.1% 인하하는 방안도 제시한 상황이다.

오현승 세계파이낸스 기자 hsoh@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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