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 '스펙 안보는 채용' 속속 도입

공기업들이 나이·학력·학점·영어성적 등을 채용 평가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스펙 초월’ 방식을 올해 하반기 공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다.

스펙 초월 채용은 서류전형보다는 면접이나 실무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거나 아예 학벌·학점·영어 성적을 배제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남동발전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시범적으로 도입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기업들이 도입에 본격 나선 것은 올 하반기 채용이 처음이다.

마사회와 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이 이번 하반기 채용에 스펙 초월 채용 방식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여타 공기업 역시 시차를 두고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이다. 채용 인원이 줄어든 가운데 채용방식까지 변하면서 공기업이라는 양질의 일자리 1200개를 둔 ’바늘구멍’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공기업 채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펙초월’ 채용 방식의 본격 도입이다. 마사회와 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발 빠르게 이 방식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스펙초월 채용 방식을 도입하라는 지침을 전체 공공기관에 내렸으며, 각 기관도 이를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스펙초월 채용 방식은 올해 남동발전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먼저 도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서류전형을 없애고 구체적인 미션 수행 능력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남동발전은 이름 석 자와 연락처 정도만 공개한 지원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주어진 미션을 4주간 수행하게 했다. ’나의 비전’ 등 주어진 주제를 UCC(사용자제작콘텐츠)나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등 색다른 과제들이었다. 분야별 현직자 50명으로 구성된 내부평가위원과 20명의 외부 평가위원 등은 이를 심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1천명에 가까운 지원자 중 35명이 합격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채용인원 일부를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를 생략하고 이 시스템을 도입해 뽑았다. 지원자들은 ’700명이 탄 배에 사고가 생겨 승객을 구조해야 하는데 구명보트는 200명분 밖에 없다면 어떤 기준으로 순서를 정해 사람을 구할 것인가’,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실업 증가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등 논리와 창의성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제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채용 방식이 업무 관련 전공지식이나 직무능력 등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 방식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공기업에서는 기업의 인재상을 바탕으로 열정과 전문성, 인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직 스펙초월 채용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않은 공기업들도 서류전형 비중을 축소하고 면접과 실무능력평가 전형에 중점을 두는 등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은 이미 ’학력과 나이’는 제한을 두지 않고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아예 지원 자격에서 이 항목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번 하반기 공채에서는 여기에 더해 서류전형 기준을 완화하거나 면접 비중을 높여 실질적인 평가에서도 ’스펙’보다는 ’실력’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하반기 공채를 통해 150명 가량을 채용할 예정인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채용에서 서류전형의 토익·토플 등 어학 기준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학 점수가 서류 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류 전형이 폐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70명 가량을 뽑는 광물자원공사는 면접 전형의 가중치를 높이기로 했다. 학점이나 영어성적 등 ’숫자’에 중점을 두는 서류전형보다는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면접전형에서 실질적인 합격자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같은 맥락에서 직무적성검사와 직무역량검사 등 직무능력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하반기에 200명 가량을 신규 채용한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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