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케이(NIKKEI)지수가 전날 2년 만에 최대인 7.3%대 규모로 급락했다. 연초 이후 40%, 지난해 10월 이후 60% 이상 급등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전날 101.26엔으로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반대로 14.7원(1128.7원) 급등했다. 무엇보다 원·엔 환율이 1110원을 상회하는 등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부담요인이었던 원엔 환율강세 부담이 완화됐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동안 엔저(低)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일본증시가 엔화약세 속도조절에 돌입한 것”이라며 “한국시장의 악재가 추가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 당분간 엔저 가속화 ‘무리’…한국 증시 악재요인 점진적 완화 기대
이번 일본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와 벤 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중국의 5월 HSBC 제조업지수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이 국채시장 안정화를 위해 2조엔 규모의 긴급 유동성 공급책을 서둘러 발표했으나 오히려 이것이 통화정책 신뢰성을 훼손시켰고, 장 중 국채금리 1%대 진입 가능성이 눈으로 확인된 만큼 일본 채권 장기물 위주로 이탈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당분간 엔저 고착화도 확신하기 힘들어졌다. 최근 일본 경기회복 가시화와 급격한 엔저 부작용이 함께 부각되며 일본정부가 엔화 약세를 추가로 유도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23일 유동성 공급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로 전환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급등분의 점진적 회복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G2경제의 회복세가 안정적이라고 확단하기 어려운 만큼 단기간 내 위험자산선호 심리가 크게 확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허나 적어도 한국 증시에서 회복을 짓누르던 악재요인은 점차 완화되면서 하방경직성이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일본 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계 자금의 재유입, 엔저 속도 조절 시그널 등이 한국 증시의 악재 완화신호로 해석된다”며 “최근 한국 증시에서 장 후반 외국인은 매도 규모를 크게 줄인 반면, 국내기관만 주식을 지속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분명 중장기적 리스크 요인이나 단기간 내 아베노믹스의 실패로 직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 일본 경제의 회복과 함께 나타나는 엔화 약세 속도 조절은 한국시장에 중립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도 “전일 일본은행의 긴급유동성 지원에서 나타나듯이, 엔저시대가 마감되거나 최소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일본정부가 급격한 엔저정책을 지속할 경우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임이 분명해졌기에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2차 엔저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한국시장엔 기회?…“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일본 증시 하락 여파가 시차는 있겠지만 국내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원·엔환율이 1110원을 상회해 국내 수출주의 투자매력이 커졌고, 엔화약세에 따른 일본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남에 따라 더 이상 일본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집중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정부가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약세를 유도할 명분이 약해진 점도 이에 기인한다.
물론 또다시 글로벌 전반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돼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한다면 국내 주식시장도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중국 제조업지수 악화가 중국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활성화 시킬 동인으로 작용하고, 미국 FRB도 더 이상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일정부분 가격조정이 진행된 이후 재차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원·엔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은 일본보다 투자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수출주인 IT, 자동차의 선전이 기대된다.
전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체 선두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누적 수익률은 각각 10.05%, 15.64%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화약세 국면 속에서 현대기아차가 향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가장 중요한 경쟁 시장인 브라질,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올 들어 4월까지 판매량이 7.1% 급증함에 따라 향후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 속에 24일 오후 2시 5분 현재 현대차 0.99%, LG전자우 2.56% 등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익개선에 대한 희망을 갖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익의 하향 조정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IT(+0.3%)를 제외하고 전주 대비 0.1% 하향 조정되었다”며 “또한 올해 들어 운송업의 이익이 처음으로 상향 조정되었지만 기업이익 수정비율이 여전히 마이너스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추가적인 상향 조정 기대감을 갖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덧붙였다.
권준상 세계파이낸스 기자 kjs@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