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해부③] "韓, 엔저에도 의외로 잘 버티네…"

국제자본, 한국에 대한 시각 변화하는중
과거 내성 통한 회복저력과 경쟁력 있어

엔화 약세, 이른바 엔저(低) 기조가 심상치 않다.

일본 아베정권의 등장과 함께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른 기간에 100엔을 돌파하고, 일본과 글로벌시장에서 경합관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까지 커다란 피해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엔화 가치가 102엔에서 110엔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으면서 엔저 공포에 휩싸인 관련 국가들에게 고충을 더해주고 있다. 그 핵심에 한국경제가 놓여있다.

이런 탓에 글로벌 자본들은 엔저에 한국경제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했다. 엔저 앞에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이런 우려에도 예상 밖의 선전을 하며 글로벌 자본들의 예상을 뒤집고 있다. 

◆ 연초부터 엔저 우려 표했던 해외IB

지난해 말 해외IB들은 올해 엔달러 환율이 90엔까지 오를 수 있으며, 엔저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수출경쟁력에는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한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3개 해외IB가 전망한 올해 1분기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1.62엔(전월 대비 1.8%증가), 2분기는 82.15엔(2.1%), 3분기는 82.30엔(1.8%), 4분기는 83.15엔(1.6%)이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1분기 85엔을 시작으로 4분기에 90엔까지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처럼 엔화 강세를 예상한 곳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치며, 대부분이 엔화 약세를 점쳤다. 때문에 투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 자동차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일본에 밀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불안감이 팽배했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엔저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현상이 지속되며 한국 제품의 대일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동조했다.

◆ 한국경제, 과거 엔저경험에 따른 내성 있어

하지만 한국경제는 과거 지난 2007년 엔달러 환율이 122.09엔까지 가는 초엔저를 경험했다. 또한 이보다 앞선 2006년 엔저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출주력품목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일본 경쟁업체에 밀리는 아픔도 경험했다. 과거의 이러한 사례가 엔달러 환율이 103엔을 돌파한 현재와 사뭇 닮은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초엔저에 시달렸던 2007년 수출액은 3715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1%증가했고, 한 발 앞선 2006년도 수출증가율은 더 높았다. 이는 한 해 평균 엔·달러가 달러당 116.3엔으로 전년보다 5.2%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를 보였던 것이다.

◆ 해외IB, “엔저 우려? 한국 극복할 힘 있다”…안심은 ‘금물’

이런 까닭 때문일까.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다수 외국 투자은행들이 한국 경제가 향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NP파리바, HSBC, 모간 스탠리 등 다수의 해외IB들은 한국 경제가 정부의 경기부양 등에 따라 지난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은 정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2분기 민간소비 개선을, 모건 스탠리는 정부 공격적 경기부양방안에 따른 2분기 개선을 예상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도 1분기 성장률을 토대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이보다 앞선 3월에는 한국경제의 회복모멘텀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며, 지난 1월 광공업 생산과 수출지수의 부진한 모습에 바클레이즈 캐피탈과 HSBC 등은 “수출 및 광공업생산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경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의해 개선될 것이며,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빠른 수출 회복세를 보이며 전년 동월 대비 4% 증가한 2분기 수출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국내 전문가들도 해외IB들과 의견일치 보여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03엔선을 돌파하는 등 엔저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과 엔저 공포라는 설상가상 국면이었는데, 지난 주말 간만에 외국인투자자가 큰 폭 순매수하는 등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시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엔화약세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엔화약세보다는 달러강세국면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으로, 글로벌 달러강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격경쟁력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엔화약세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수급 상황도 최악을 지나고 있고, 장기적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주식비중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외국인 수급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그래도 안심할 순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도 엔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안심을 장담하기만은 할 수 없다. 대형 해외IB들의 한국시장의 긍정적 평가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을 기준으로 7371억원, 현재까지 총 6조4947억원을 매도했다.

샤론 램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금리 인하 등 향후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국내 증시 전문가들도 “당분간은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7월을 전후해 뱅가드펀드의 수익률 추종지수 변경이 일단락되어야 분위기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무라는 “최근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둔화 등에 따라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는 하반기 중에나 나타날 것”이라면서 “2분기 중 GDP성장률은 1분기보다 하락한 0.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남희·권준상 세계파이낸스 기자 kjs@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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