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은행들의 수익이 폭포수처럼 수직 낙하하고 있다. 대부분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보다 절반 가량으로 급감한 상태다.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 당기순익 263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4.11% 줄었으며, KB금융지주도 1분기 당기순익 4129억원을 시현, 전년동기보다 32.16% 감소했다.
외환은행 염가매수차익이 빠진 하나금융지주(1분기 당기순익 3130억원)는 특히 타격이 커서 같은 기간 당기순익이 76.8%나 급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당기순익 5229억원으로 금융지주 최대의 순익을 올렸지만, 역시 전년동기 대비로는 39.88% 줄었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당기순익(1분기 2575억원)이 45.4% 감소했다.
은행의 실적이 바닥을 침에 따라 주가도 거듭 하락세다.
이를 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이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거나 “다양한 수익 창출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호들갑을 떨거나 비판할 만한 일은 아니지 않나 싶다. 은행의 수익 하락은 대부분 순이자마진(NIM)의 감소 때문이고, 이는 주로 저금리 기조와 대손충당금 증가에서 기인한다.
저금리는 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사항이니 젖혀놓고, 근래 대손충당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부실대출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기업 지원에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특히 경기민감업종인 건설, 조선, 해운 등에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기업들을 빨리 청산하고 부실채권을 매각 또는 상각하면 차라리 손실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사회의 혼란이 심해져 불황의 농도는 더욱 짙어질 위험이 높다.
그래서 은행들은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위험을 무릅쓰고,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을 통해 기업의 채무를 유예시켜주고, 나아가 신규자금까지 지원해준다.
이에 따라 고정 이하가 된 여신을 털지 않았으니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신규자금 지원에 의해 대손충당금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덕분에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으니 기업과 사회에는 좋은 일이다.
또 여러 은행들이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은 사무계약직 443명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시키기도 했다. 이는 곧 바람직한 형태의 ‘고용 창출’이다.
이는 모두 은행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익은 감소시키는 작업이지만, 대신 직원들에게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줌으로써 인간적인 면모와 더불어 소비 진작 효과까지 불러일으킨다.
결국 어떤 면에서 보면 은행의 수익 저하가 국가 경제를 위한 희생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오직 ‘이윤 창출’만이 기업의 최고善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익만 많이 내면 훌륭한 기업이라고 칭송하고 받들어 모신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윤을 많이 창출하려면 우선 비용부터 줄여야 한다. 비용 절감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애플처럼 아이폰, 맥북 등을 만드는 공정 대부분을 아웃소싱하고, 하청기업의 마진은 제로 수준으로 후려치게 된다.
애플은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며, 그들의 시가총액도 어마어마하다. 허나, 과연 “미국인은 비싸고, 부려먹기도 힘들다”며 미국인 고용을 극도로 피하는 애플이 미국 경제에 공헌하는 바는 얼마나 될까?
‘기업의 사회적 책무’란 관점에서 볼 때, 은행이 무모한 투기를 하거나 대주주의 횡령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익 저하를 감수한 것이라면 환영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나무랄 일도 아니지 않을까 싶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