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 잦아들까? 日 무제한 양적완화 내년으로 미뤄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시기상조 의견도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곤두박질치는 엔화 가치가 당분간 안정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지난 22일 금융정책회의에서 물가상승률 2% 목표치에 합의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이에 맞추기로 했다. 이에 시장전문가들은 일본의 무제한적인 양적완화가 최소 내년으로 미뤄지고 엔저 현상이 당분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예상대로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대담한 수준에는 못미쳤다"며 "물가 목표치를 기존 1%에서 2%로 상향 조정하는 것은 예상했던 바지만, 무기한 양적완화 도입 시기가 2014년으로 미뤄진 것은 외환시장에 호재"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엔화 약세는 조정 내지 소강 국면이 예상된다"면서 "주식시장 입장에서도 엔화 약세에 상대적으로 억눌렸던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 전망을 유지했다. 서 연구원은 "결국에는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 연말 기준 1달러당 엔화 가치는 94.5엔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도 "일본의 결정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엔저를 초래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지난 3개월간의 급격한 엔저추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본이 개방형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바로 시행하지 않고 내년으로 미룬 것은 단기간의 과도한 엔화 약세가 불러일으킬 미국의 통상압력과 일본 국채 신뢰도의 저하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3개월간 80엔대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이 90엔대로 이미 상승한 점만 봐도 일본 정부가 엔저를 급속하게 진행시킬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양적완화는 이미 충분히 예견됐으나 아베 신조 총리의 공격적 통화정책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위원들이 많아 추가 완화가 이른 시일 내에 시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엔·달러 환율은 미-일 간 금리차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며 ”현재 미-일 간 금리차를 고려한 적정 환율은 달러당 85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서 연구원은 "BOJ의 양적완화와 엔화 약세는 엔캐리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며 "일본 자금 흐름에 아직 의미 있는 변화는 없지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선 연구원은 "미국경제의 기초여건이 양호함에도 연방준비위원회의 4차 양적완화 시행으로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기는 어렵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