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새 주소 사용‥관공서가 오히려 '외면'

새 도로명 주소가 법정주소로 사용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관공서 문서에는 아직도 기존 지번식 주소와 도로명 새 주소가 원칙 없이 섞여 사용되고 있어 새 주소 정착에 앞장서야 할 관공서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슈는 보도했다.

부산시가 29일 공고한 '도시계획시설(전기공급설비:송전선로)사업 실시계획변경인가 열람'에는 수용대상이 되는 토지주소 8곳을 표기하면서 기존 지번식 주소를 사용했다.

두 쪽으로 구성된 이 문서에는 수용대상 토지를 '부산 동래구 온천2동 397-6 삼익아파트 o동 ooo호' 등으로 표기해 새 주소인 '부산광역시 동래구 금강로 28'가 있는데도 기존 주소를 그대로 사용했다.

국토부가 28일 고시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직접시설(Big-O)사업 실시계획 승인(변경)'에는 사업시행자의 명칭을 표기하면서 기존 지번식 주소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 공고 1쪽에 나온 사업시행자의 주소는 새 주소로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75'이지만 공고에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 140-2 현대빌딩'으로 옛 지번식 주소를 사용했다.

옛 주소를 사용한 이같은 사례는 국토부·서울시 등 전국 각 기관, 자치단체 등의 홈페이지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지난 27일 서울시가 공지한 2쪽 짜리 '종합공사시공업 등록 공고(제2012-1236호)'에는 지번식 주소와 새 도로명 주소가 뒤섞여 사용되어 있다.

이 공고에서 서울시는 종합공사 시공업자 6곳의 주소를 표기하면서 2곳은 '용산구 한남대로 48, o층' 등 새 주소로 표기하면서 나머지 4곳은 새 주소인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719'가 있는데도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71-22 나라빌딩' 등 기존 지번식 주소로 표기했다.

또 대부분의 관공서 홈페이지 등에서 새 주소를 이용한 각종 열람·조회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일부 관공서 홈페이지는 아직도 지번 주소로만 조회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새 주소 사용 서비스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등기를 열람하거나 국토해양부의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mltm.go.kr)를 이용할 때 새 주소로는 이용할 수 없다.

이처럼 관공서의 새 주소 사용이 뒤죽박죽인 것은 새 주소 사용에 대한 내부적 지침이 없고 각 부서의 자율에 맡겨 있기 때문이다.

새 도로명 주소는 정부가 지난 1996년부터 위치 기반형인 도로명 주소 도입을 결정해 지난해 7월부터 법정주소로 사용된 데 이어 오는 2014년이면 생활주소로 전면 사용된다.

부산자치단체 한 관계자는 "관공서부터 새 주소 사용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새 주소 사용은 각 부서의 자율에 맡겨 있다 보니 사용이 제각각"이라며 "중앙부처 차원의 강력한 지침 등이 없이는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은 "정부가 수백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어 새 주소 도입을 추진해 놓고 정작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새 주소 사용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홍보 부족 등으로 미뤄볼 때 새 주소가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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